오늘의 날씨
2016년 12월 10일
우주둥이
2016. 12. 10. 22:00
엄마가 새벽 여섯시 차를 타고 서울에 왔다. 내일 있을 공연 리허설 때문에 역으로 마중가지 못해서 노래 부르는 내내 마음이 쓰였는데, 엄마는 혼자 버스타고 성당도 다녀오고, 내가 보내드린 스타벅스 쿠폰으로 맛있는 스무디 마시면서 <안나 카레리나>을 읽으며 나를 기다려주었다.
계획표 첫날 일정대로 오후 두 시경에 엄마를 만나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저녁에 예약해둔 공연까지 시간이 좀 남았는데, 엄마는 점심을 먹으면서도 줄곧 광화문 이야기를 했다.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아직 버스가 다녀서 점심을 먹고 광화문으로 가서 집회에 참석했다. 세월호 분향소 앞에서 국화를 놓으면서 엄마도 나도 좀 울었다.
엄마의 뒷모습을 많이 바라본다. 키워낸 자식들이 주름처럼 박혀있는 시간들. 어쩌면 어느 엄마나 그렇겠지만 나의 엄마도 젊은 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긴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나는 엄마의 고통 앞에서 아무 것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자주 무력감에 빠졌다. 어린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 밥을 많이 먹는 것이 전부였던 날들.
저녁에는 작은 극장에서 공연을 보았다. 엄마가 박수를 치면서 좋아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좋아했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집으로 와서는 엄마는 '지난번 집보다 좋구나' 하고 내 침대에 쏙 누웠다. 아직 아홉시인데 뭘 벌써 자느냐고 해놓고는 숨소리를 쌔근쌔근내며 잔다. 나는 엄마를 사랑한다. 숨소리를 듣다가 좀 울었다. 아주 많이 사랑한다는건, 아마 이런 느낌과 꽤 닮아있을 것 같다.
나는 엄마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