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둥이 2016. 10. 22. 21:33

멀쩡한 하객이 되기 위해서 새벽 여섯시에 일어나 원피스에 어울리지 않는 스타킹에 운동화를 구겨 신고 내리막을 달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화장을 하고 다시 고속버스를 타고 네시간 반을 앉아 식장에 도착해서 스타킹과 구두를 갈아신고 사진을 찍고 까페에서 수다를 좀 떨고 집으로 돌아오니 저녁.

화장도 못 지우고 잠에 빠졌는데 엄마가 이불을 덮어준다. 나 어릴 때 할머니 집에서 잘때면 할머니가 덮어주시는 이불을 늘 뻥뻥 걷어찼었는데, 걷어찰 때마다 줄곧 다시 덮어주셔서 그 재미에 더 걷어찼던 어린 날의 저녁.

포근포근 따듯한 온기를 덮고 누웠는데 나중이면 나 이불 덮어주는 그 손길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이불 속에 부는 한줄기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