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머리
다시 만난 세계
우주둥이
2016. 10. 16. 20:26
/ 뭐하노?
/ 수업중
/ 일요일 아침부터? 후덜덜
/ 무슨 일인데?
/ 아 어제 깜놀할 사람을 만나서 ㅋㅋ
니랑 같은과 동기더라.나이 세살많은.
/ 누구?
/ ○○○
와, 살면서 그 이름을 다시 듣게 될 줄이야! 그래서 세상은 참 좁고 또 좁다고 하는거구나. 대학교 다닐 무렵에, 다른 대학에 다니다가 태극권에 관심이 생겨 우리 학교로 재입학한 오빠가 있었다. 태극권이랑 우리과랑 무슨 상관일까? 내 기억으론 오빠는 공부를 (열심히) 안 했던 사람이다. 늘 후줄그레한 추리닝 바지에 썬캡을 쓰고 다녔는데, 레이저 치료한 피부 보호 차원에서 그랬던 걸로 알고 있다. 게다가 나중에 출생의 비밀(?)이 밝혀져 동기들에게 또 한번 충격을 줬으니, 지역에서 꽤 유명한 병원 의사의 아들이었다. 의사 아들이 이래야한다, 저래야한다는 정해져있지 않지만 아무튼 오빠는 좀 별났다.
지금은 또 다른 대학을 다닌다는 사실을 친구에게 전해들었으니, 이번엔 또 무슨 이유인가 싶어서 피식 웃었다.
/ 니랑 친했다던데?
/ 내랑 친했다고?
/ 같이 다녔다카던데.
예의 그 싱글싱글 사람 좋은 얼굴로, 시험 직전에 족보 달라고 부탁해서 오빠 차타고 집에가서 급히 노트를 건네준 기억 밖에는 없는데. 그때 오빠가 나에게 그런 말은 했었다. '넌 서울가라'고. 그 서울이 이 서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건너들은 소식에 따르면, 오빠는 같이 다니던 대학을 겨우 졸업하고 다시 어느 대학의 2학년 과대라고 한다. 얼마전엔 이쁜 아기도 낳았단다. 오빠가 대학교를 세 개나 다니는동안, 나도 뭐 어떤걸 이루어가는 중이겠지? 학교 다닐 때 썬캡을 쓰고 캠퍼스를 활보하던 그 모습이 생각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