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날씨

2016년 10월 16일 : 비둘기는 하늘의 쥐

우주둥이 2016. 10. 16. 09:12


어제는 여름이고 오늘은 겨울이다. 어제는 급작스레 날씨가 더워져 살짝 비치는 반소매 셔츠를 입었는데, 오늘자 하늘엔 구름에 물기까지 더해져 곧 비가 올 태세.

어제 집으로 오는 길에 서울대 근처에서 붕어빵을 세 개 샀는데, 아차! 아침에 확인해보니 식어빠진 붕어 삼형제가 가방 안에 얼마간의 기름기를 토해내고 납작 엎드려 있다. 나는 그다지 붕어빵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 것 같지만, 추운 날씨가 다가오면 상징처럼 길거리에 모습을 드러내는 뜨거운 붕어빵을 그냥 지나친 법이 없다.

침대에 누워 얼마간 뭉개고, 피어오르는 생각도 뭉개면서 결국 집을 나섰다. 주말에(도) 새벽 여섯시에 눈 번쩍 뜨는 인간은 꽤 드물테다. '주말에 늦잠' 이라던가 '주말에 밀린잠' 같은건 해당사항 없음. 붕어 꼬리를 입에 물고 버스를 타러 가는 길. 얼룩덜룩한 비둘기 한 마리가 이리저리 배회한다. 물을 것도 없이 모이를 찾는 중이겠지. 씹던 붕어꼬리를 뚝 떼어줬다. 제법 큰 덩어리인데도 덥썩 쪼아 한번에 꿀꺽 삼킨다.

10년도 아닌 20년전, 언니네 이발관이 발표한 1집 앨범 <비둘기는 하늘의 쥐>를 떠올려 본다. 나는 비둘기가 하늘에 있는걸 본 적이 없는데. 비둘기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 사실은 줄곧 싫어해 왔지만 비둘기의 사정이 궁금해지는 잠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