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날씨
2016년 9월 3일
우주둥이
2016. 9. 4. 09:33
/ 왜 이렇게 생기가 넘쳐? 어제 술 먹었어?
/ 네? 아닌데?
/ 자기 술먹은 다음날 기분 좋아보이더라고.
보통 반대의 질문이 정석 아니겠는가. '왜 이렇게 피곤해보여? 어제 술 먹었어?'하고. 붕붕붕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꼬마 자동차처럼 술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여자의 이미지라니. 게다가 옷빨기 귀찮아 대충 입고 나갔는데 다른 분으로부터 '오늘 왜 이렇게 예뻐? 어디가?' 라는 칭찬이 돌아온다. 나 오늘 괜찮아요?
지난 4월부터 시작한 토요일 노래모임이 벌써 반년째 접어든다. 와, 벌써 다음 시간이 2기 마지막. 토요일 아침을 음악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건 참 감사하고 특별한 경험이다. 나는 지난 4월보다 확실히 더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 분명 토요일 아침마다 복용하는 피아노 소리의 지분도 상당할테지.
발전을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속에 '더 나아지겠다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즐기기만 해서는 도무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뭐 어떤가. 어쨌든 시간은 우리의 어깨를 떠밀고, 떠밀리면서 줄곧 제자리를 지키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지 않겠나.
반년째 왠지 모르게 -가끔 툭, 하고 갑자기 앞으로 튀어나갈 때도 있지만 - 줄곧 제자리인것 같은 나의 노래실력에 의구심조차 필요없을만큼 편안한, 열심의 시간.
선생님이 말씀하신 '득음'의 경지에는 언제 다다를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목표없는 열심이스트의 어깨를 시간이 가만가만 떠밀어주나보다. 어제 수업이 끝나고, 2기 수업 내내 내곁을 고요히 지켜주었던 한 언니의 말.
/ 지현씨, (아 그렇구나. 이것이 나의 이름) 목소리가 참 맑고 밝아요. 따뜻한 기운이 넘치는 것 같아. 난 매번 자기 목소리에 기대서 묻어간다니까.
다행이다. 맑고 밝고 (술 없이도) 생기가 넘치는 사람이라서. 합창이 끝나고 청계천을 어슬렁 거렸는데, 마침 열린 프리마켓에서 파는 물건이 제각각이었다. 유독 눈에 띠는 목걸이가 있었는데, 왠지 자수정 아닐까. . 하고 물어보니 역시나. 자수정은 2월의 탄생석이다. 몸에 지니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잠시 만지작.
어제 저녁에는 좋은 공연에 초대받아 음악을 듬뿍 들었다. 집에 오는 길에 친구의 차 안에서 <We are young>을 크게 틀어놓고 춤추는 어깨를 바라보았다. 인생이 뭐 별거 있을까, 싶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