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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10일 : 덜컥

우주둥이 2016. 8. 10. 00:32

가고 오는데만 꼬박 이틀이 걸리는 곳으로 다녀왔다. (직항이 고작 2시간이라는 것에 땅을 치지만!)

너무 바쁘고 빠듯한 하루하루의 리듬에 겨우 발맞추느라 여행을 떠나는 당일 새벽, 미뤄둔 설거지와 빨래를 마치고 짐을 싸는둥 마는둥 하다가 '에라, 어떻게든 내일 밤은 다른 하늘 아래겠지!' 하며 운에 맡기기로.

나도 예쁜 치마입고 빤짝빤짝 우아하게 여행하고 싶은데, 어째 늘 앞뒤로 가방 하나씩 메고 캐리어를 들고 뛰느라 헐떡거리는건지.

역시 하늘에서 글이 잘 써지는 타입인지 멍하니 오랜만에 창밖을 실컷 바라보며 짧고 긴 글을 썼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꿈에 내내 그리던 아름다운 곳에서 잠을 잤다. 호수 위로 드리운 무지개를 보았고, 뚝뚝 떨어지는 별들을 보며 '유선아!' 하고 나즈막히 그리운 얼굴을 불러 보았다. 꼬박 여덟시간을 앉아가는 밤기차 안에서 내품으로 자꾸 파고드는 사내아이를 안아주었다. 구름이 무럭무럭 자라는 곳, 근사한 차를 매일 아침 마실 수 있는 곳, 금세 비가 쏟아지다가 그치기를 쉼없이 반복하는 곳. 아무렇지도 않은 풍경들이 자판기에 동전을 넣는 것처럼 덜컥, 내 마음을 내려앉게 하는 곳.

다음에 가면 더욱 느릿느릿, 아침마다 차를 마시며 비오는 풍경을 바라봐야지. (직항타고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