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날씨
2016년 5월 2일 : 볼륨을 높여요
우주둥이
2016. 5. 2. 23:41
* 빗방울을 타고 바닥으로 별이 툭툭 쏟아진다.
* '뭘하고 다니느냐'라고 종종 누군가 물어오지만, 별스럽게 대단찮은걸 하는건 아닌데도 평일의 공식적인 일정은 보통 밤 11시에 끝난다. 게다가 주말에도 합창단이다, 스터디다 해서 뭔가를 잔뜩 하고있는 상황.역시 체력은 조기교육이 중요한거라, 다섯살 때부터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쉴새없이 배드민턴치고 스케이트타며 다진 체력이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저녁에 조분조분 내리던 비가 밤이 이슥해지니 굵어진다. 우산을 쓰고 집으로 가는데, 마치 우산 안의 볼륨을 누군가 높인 것처럼 빗소리가 점점 커진다.
갈 길은 멀고 비는 거세지고. 짜증이 확 일었다가, 오늘 낮에 문득 빗소리가 듣고싶어 찾아들었던 내 모순된 태도가 떠올라 웃었다. 아직 갈 길이 멀구나. 여지껏 반쯤 꿈꾸며 살아왔다. 눈앞의 것을 똑바로 보지 않으려 하였다. 이랬으면 저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이러지 않았으면 저러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를 주문처럼 외고 다녔다. 반쯤 꿈꾸며 내 삶의 절반을 길가에 버렸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을 때, 너무 아팠다.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오늘 맑은 낮에 찾아들은 빗소리말고, 진짜 비가 여기에 있다. 마음을 열고 빗소리를 듣는다. 비 사이를 걷는다.
이게 진짜 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