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머리
결혼문제 상담소
우주둥이
2016. 5. 1. 13:24
남자건 여자건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역시 문제되는 것은 하나. '내가 바라는 기준에 상대가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
여자의 입장에서는 이렇다.
- 왜 나만 집안일 하나? 같이 돈 벌잖아.
- 남편이 내 기분을 풀어주지 않는다.
남자의 입장은 또 이렇다.
- 집에 오면 좀 쉬고 싶은데, 아내가 잔소리만 한다.
- 아내가 결혼 후 살도 많이 찌고 자기관리가 안된다.
결혼도 안해본 사람이 어줍잖게 조언이라고 줄 수 있는 것은, 역시 도덕 교과서에 하도 많이 나와서 씨알도 안 먹히겠지만 '상대방을 내 기준에 맞추지 마라' 는 것. 그리고 '받겠다'는 입장만 고수하지 말고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주라' 는 것.
준만큼 받겠다,는 계산이 깔린 상태에서는 뭘해도 마음이 불편하다. 남자 입장은 '내가 돈을 벌어주니, 여자가 살림을 하는 것이 맞다'가 되고, 여자 입장은 '나도 돈을 번다, 너만 일하느냐'가 되어서 나중에는 상대의 물한잔 떠달라는 말도 고깝게 들린다.
어제 저녁 만난 지인은 '결혼 후 살이 찌고 자기 관리를 하지 않는 아내' 의 모습에 대해 기준을 낮추라는 나의 말에 분개했다. 기준을 낮추라는 말은 포기하라는 말과는 다르다. 이상형을 붙들고 있으면 본인만 힘드니 상대에 대한 기준을 낮추라는 말이다. 결혼 후에도 여전히 예쁘고 날씬하고 정돈된 모습을 보이는 아내도 있겠지만, 아마 살찌고 펑퍼짐한 모습의 아내들이 훨씬 많을 거다. 한국의 아줌마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상대에 대한 높은 기준을 붙들고 있으면 현실의 상대방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아내가 남편을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다. '하루종일 일하고와서 지쳤지만 지친 기색 하나없이 집안일을 척척하고, 오늘 왠지 센치한 내 기분도 센스있게 풀어주는 남편'. 로보트랑 결혼하면 가능할지도...
사람의 마음은 거래가 아니다. 우리는 마음으로 거래할 수 없다. 마음으로 붙들고 있는 허상을 자꾸 보지말고, 눈앞의 당신 배우자를 보라. 그 사람은 그냥 그 사람이다. 이런저런 특징들이 결합된 한 사람이고, 때에 따라 그런 특징들은 강점이 되기도 약점이 되기도 한다. '판단'보다 '이해'가 앞서야하는 관계가 바로 부부 아닐까. 당신이 평생 사랑하겠노라고 선택한 사람이며, 사랑하기 위해서는 사랑하려는 의지를 내야한다. 물 한잔을 주더라도 고맙고 기쁜 마음으로 주라.
잘나고 좋은 면은 누구에게나 잘 보이고, 누구나 그런 면을 좋아한다. 나의 어린 면, 약한 면을 보일 수 있고, 또 품어안을 수 있는 관계가 건강한 연인, 부부관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어제 지인에게 두시간도 넘게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대화의 끝에 이렇게 말했다. '다 잊고 하나만 기억해. 너그러워져. 너에게도, 아내에게도. '
자신에게 너그러울 수 있는 사람만이 상대에게도 너그러울 수 있다. 너그러워지는 것은 연습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다. 미혼여성을 불쑥 찾아와 한숨과 답답함, 혹은 눈물까지 쏟는 기혼자들을 진심으로 응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