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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4일 : 딱 천리

우주둥이 2016. 3. 14. 23:59

'천리향 향기를 보낸다'
고향집에 다시 봄이 왔나보다. 엄마가 보내주신 사진을 받아드는데 순간 정말로 코끝의 공기가 달아 깜짝 놀랬다. 다시 밤공기 속을 큼큼 거려보지만 사라지고 없네. 샘플만 보내주신 듯.

* 페이스북을 뒤적이는데 꼭 4년전 이때 밝사님과 친구가 되었더라. 실로 오랜만에 밝사님 타임라인을 구경했다. 그땐 몰랐는데 밝사님, 참 외로우셨구나 싶었다. 퇴근길 가로등이 물에 퉁퉁 불은 수제비 같다느니, 출근만 아니면 하늘에 걸린 무지개 타러가고 싶다는 글줄들이 유난히 밟힌다. 기형도를 무척 좋아했던 밝사님은, 4년전에 '지금, 여기, 주위 사람들에게 잘 하자.' 라는 말을 남겨놓고는 출근을 포기하고 무지개를 타러 가셨다.

저도 이제 차츰차츰 밝사님 나이가 되어가는데, 이렇게 가끔 제멋대로 기억들을 꺼내봅니다. 편안하셨으면 좋겠어요. 밝사님 말씀대로 포기하려던 경영 복수전공도 했고, 소개해주신 블로그를 소소하게 운영하면서 이런저런 신변잡기도 자주 지껄입니다만, 이제 블로그 닫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이해를 떠나 어디서든 편안히 즐겁게 계시리라 믿을게요.

밝사님, 저는 가슴속의 어둠을 만났는데 딛고 일어나는 법을 배우려고요. 저는 피하지 않으려고요. 무지개 너머 어디에서 보고 계시다면 가끔 응원해주세요.

ㅡ 밝반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