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날씨

2016년 3월 4일 : 봄

우주둥이 2016. 3. 4. 21:35



비로소 따듯하다. 느닷없이 찾아온 공기에 사람들이 어쩔줄 몰라하는 것이 느껴진다. 달근한 온기에 카레냄새 같은 것이 뒤범벅된 봄내음.

꾹꾹 밀어두었던 마음 속 겨울을 이제야 꺼내는 나는, 어찌나 여전히 시대에 발을 못 맞추는지 몹시 곤란해서 어쩔줄 모르게 된다. 퇴근하고 가본지 2년도 넘은 공원 가는 길을 더듬어 갔다. 가서 아무 벤치에나 걸터앉아, 혹은 드러누워 한바탕 울 요량으로 열심히 버스를 타고 갔다. 열심히 가는 버스를 내가 탄게 맞는건가.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열심히도 갔는데, 가는 동안 해가 져서는 공원에 비로소 도착했을 때는 무서웠다. 아. 한발짝 디뎠을 때 훅 끼쳐오는 풀냄새가 너무 좋았지만, 짙은 풀과 밤의 콜라보는 꽤 무서운 거라서, 그래서 나는 다시 몸을 돌려 재빨리 공원을 빠져나왔다. 기진맥진해서 집으로 오는데 결과적으로 두시간이나 걸렸다.

어쨌든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