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날씨

오누이 마음

우주둥이 2016. 1. 9. 23:49

 

△ 2년전 이맘때.

 

 

 

 

*

 

 

며칠전, 곧 임박한 둘째 소식을 전하는 친구에게

- 애 키우는거 안 힘들어? 원래 둘째도 낳을 계획이었어?

- 키울 때 한번에 키워야지. 혼자는 외로워. 너도 동생이랑 같이 컸으니까 알꺼 아니야.

- 어렸을 때 잠깐이지, 크면서도 잘 모르겠는데.

- 나중에 나이들어도 서로 의지할꺼야.

- 난 미래의 남편한테 의지할란다.

 

 

 

*

 

 

하고 많은 촉 중에 오누이 촉이라는게 있나. 한살터울의 동생과는 사실 연락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라 - 우리 가족이 서로가 서로에게 굉장히 무심한 면이 있다 - 형제가 있다는 것도 자주 잊어먹고 지내는데, 오늘따라 하루종일 만두를 빚느라 엄청 피곤했는데도 막상 잠자리에 누웠다 도로 일어났다. 이력서나 쓸까, 영화나 한 편 볼까. 그러는데 마침 카톡이 뾰로롱 날아온다.

 

- 하루밤 신세 가능하나

 

경기도에 출장을 온 동생이 막차가 끊겨서 집에 내려가지 못한 모양. 일이 뒤늦게야 끝나 밤 열한시가 넘어서야 늦은 저녁을 허겁지겁 먹는단다. '하루밤 신세'라는 말도 웃기고,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한 녀석이 이래저래 고생하며 애쓰는 모습이 짠하기도 하다. 언제든지 웰컴이지. 그래도 한 살 누나라고 동생 이부자리를 만들고, 평소에 내가 덮던 두툼한 담요까지 내어주었다. 갖고 있는 옷 중에 동생이 편하게 입을만한 옷을 준

 

 

 

-------- 여기까지 쓰다가 동생님 영접하러 잠옷에 파카 하나만 입고 저 멀리까지 저벅저벅 걸어나갔습니다. -------------

 

 

뽀드득뽀드득 밤새 이를 갈던 동생과, 이십년만에 처음으로 같이 자는 간밤의 소회에 '인생은 요상한 것'이라며 끝내 눈물을 글썽이다 잠든 누나의 마음은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