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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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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자마자 손을 씻고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린다. '손을 씻지 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지만, 내가 일상에 반기를 들수있는 건 소소해야 이런것들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허탈한 마음에 손을 씻는다.

나의 일상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시간이 갈수록 억지로 억지로 몸을 일으켜야만 하는 회사와, 퇴근후 나의 소소한 여가생활. 심심한 일상에 작은 활력이라도 불어넣자 싶어서 시작한 여가생활도, 오늘같은 날은 회사와 꼭 같은 의무감으로 나를 죄어오는 것만 같아 오늘은 그만 문 앞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고야 말았다. 집으로 오는 길에 마트에 들렀다. 거울로 내다본 나의 모습. '나는 하나도 행복하지 않아요

(10월 21일 오전 11시 11분. 이어서 계속 쓴다)

라는 문구를, 얼굴로 반증이라도 하겠다는 요량인지 내 얼굴은 깜짝놀랄만큼의 불쾌와 피로로 점철되어 있었다. 어머나. 바구니에 커피땅콩을 담는다. 커피도 지독히 싫어하고, 땅콩도 지독히 싫어하는데 희한하게도 커피와 땅콩의 조합은 환영할만하다. 不好와 不好가 만나면 不이 상쇄되면서 好만 덩그러니 남게 되는걸까. 안좋은 추억에 안좋은 추억을 자꾸만 덧입히다보면 결국 피식하고 웃고 마는것처럼? 피식. 하루가 지나버려 뭘 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바나나칩을 살까 커피땅콩을 살까 고민하다 커피땅콩을 담았고 사이다를 한병샀으며 3개들이 한묶음짜리 과자와 유기농 쌈채소를 샀다. 계산을 하는데 아주머니가 '참 맛있는것끼리 묶어놨다. 그죠?' 하고 웃는다. 네? 아 네네.

3개들이 한묶음에 꼭 맛없는것 하나가 끼여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맛있는것 두가지때문에, 그렇지 않은 한가지를 사람들은 기꺼이 눈감아 줄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는 말이야. 기꺼이 눈감아 줄수가 없었다. 결국 당신의 인생에 나는 아무의미도 아니라는 걸. 짐짓 모른체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었지만 모른체한다고 없던 의미가 부여되는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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