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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인생이란 거, 뭐 그리 대단할 거 있나요

△ 에그2호의 신간 <보이스> 목차입니다. 제 책 아닙니다. 




지난 주, 라임도 좋은 '베리, 커리 베이커리'에서 앙버터 두 덩이를 사 먹고는 그 맛에 홀랑 반해서 '그래, 여기는 내 인생 빵집이다!' 하고 정해버렸습니다. 그렇게 순식간에 인생 빵집을 정하자마자 마음 속에서 바로 다음 목소리가 뒤따라 나왔습니다. '아니, 무슨 인생 빵집을 그리 쉽게 정하나!' 



결혼한 친구들에게 어떻게 결혼할 결심을 했냐 물으면, 찌릿찌릿 온몸이 감전되는 한방이라던가 귓가의 종소리를 이야기하는 친구들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한 친구는 '그를 만난 첫 날, 양말 색깔이 예뻐서 마음에 들었다' 라고 했고, 또 다른 친구는 '세 번 만날 때까지 얼굴이 도통 기억이 안나더라.'는 말도 했습니다. 인생의 짝도 어쩌면 그냥 예쁜 양말 한 짝에서 오는 걸수도요. 봐도 봐도 얼굴이 잘 그려지지 않는 그 사람이 내 짝이 되는 걸수도요. 그래서 나도 그냥 그 집을 내 인생 빵집으로 정했습니다.



점심시간. 

요즘 유행한다는 에그 2호의 <보이스> 포토 에세이집을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지나가던 이가 한마디 합니다. 

/ 밥도 안 먹고 열심이네.

/ 이건 내 작업인데.

/ 뭔데?

/ 나 책 쓰려고. 이제 미룰 수가 없어서.

/ 열심히 해 봐. (어깨를 툭툭)



나는 '훌륭한' 작가가 되려면 멀었습니다. 아니, 솔직히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니 훌륭해져서 훌륭한 글을 쓰고 훌륭한 책을 내겠다는 발상은 애초부터 틀려먹었습니다. 그러니 나는 이제 훌륭해지겠다는 욕심 따위는 포기해 버리겠습니다. 



지난 금요일 밤에 미모의 황 번역가의 집에서 타로 카드점을 봤습니다. 그녀가 마음대로 봐주는 점이니 카드를 몇 장 뽑았습니다. 마음 속으로 질문을 정하고 카드를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온통 좋은 카드만 모아 놓은 것처럼 카드가 어서 가라고, 계속 하라고 응원의 말을 건네더군요. 



인생이란 거, 뭐 그리 대단할 것 없다고. 운명의 짝은 어쩌면 양말짝에 숨어있고, 오늘 먹은 빵이 제일 맛있으면 그 빵집이 이제 내 인생을 지배하는 겁니다. 그러니 나는 그럼, 얄팍한 타로 카드점에 기대어 한 번 가보려고요. 엉금엉금. 어기적어기적. 머뭇머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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