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_')()()()/머리

 

 

어느 철학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는 맛있는 것을 천천히 즐기기 위해 태어났다'. 전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싶은 말이랄까요. 삶의 의미니 자아실현이니 하는 것들은 저만치 밀어두고, 그저 눈 앞의 따끈한 접시에 나른히 골몰해도 좋겠습니다.

연말에 있을 공연 팜플렛에 실릴 사진을 주말에 찍는다네요. 그래, 그럼 오늘부터 다이어트! 를 또 한번 결심하지만 어찌 그런 날은 더 배가 고프고, 나는 이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와 만두를 폭폭 찌고 있습니다. 만두가 익기를 기다리며 엄마가 갓 담근 총각김치를 버석버석 베어 뭅니다. 아니, 무슨 김치가 이렇게 달고 구수한지. 평소에 김치를 잘 먹지 않아서 김치가 나에겐 가끔 먹는 별식같은 존재가 된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더 맛있는건가.

따끈하게 익은 만두를 먹으면서, 역시 집으로 오는 길에 맥주 한 캔 정도는 샀어야 하는거라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겨울밤에 어울리는 여러가지 맛있는 것들을 즐겁게 떠올립니다. 어릴 때 좋은 식사 경험이 많은 것은 참 감사한 일입니다. 가끔 시내에 나갈 때마다 빼놓지 않고 엄마가 꼭 데려가주던 돈까스 집의 은은한 수프맛도 아직 기억이 나고, 시장 한 켠에서 기타치며 만두 팔던 오빠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만두 맛도요. 친구들이 아직도 이야기하는 엄마표 떡볶이는 지금도 너무나 훌륭하고, 소풍날 두근거리며 눈 반짝 뜬 새벽공기 속에 퍼지는 은은한 김밥 냄새는 또 어떻구요. 오죽하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김밥입니다.

얼마전에 집에 내려갔는데 다른 것 먹느라 엄마가 끓여놓은 오뎅탕을 손도 못댔더니 '맛이 없나. . .' 하면서 걱정하던 그 표정이 떠오르네요. 늘 맛있어요! 완전 편파적으로 객관적인 시각에서 항상 최고!

'('_')()()() > 머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꼰대 파워  (0) 2016.11.18
우와 이펙트  (0) 2016.11.09
초록이 파워 : 땡겨 초록  (0) 2016.11.09
  (0) 2016.11.02
제철 : 알맞은 시절  (0) 2016.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