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시간이 워낙에 촘촘하고 바빠 아끼던 사람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조차 떠올리기 힘들다. 점심시간엔 누군가의 반찬에 대해서 품평하고, 새로 생긴 디저트 가게 이야기를 듣는다. 내가 온전하게 상대를 떠올리고 온 마음으로 아파할 수 있는 시간은 아침에 일어나서 물끄러미, 그리고 지금처럼 자기전.
이틀전 너를 보내기에 앞서, 나는 돌려줄 물건들을 다 챙겨서 주머니에 넣었다. 잠귀가 밝아 깊은 잠을 못이루는 내게 선물해준 고성능 귀마개와 우리의 통화를 좀 더 편하게 해 줄... 그 물건의 이름은 뭔지 모르겠다. 그리고 같이 있는 듯한 느낌이 좋아서 줄곧 입고 다녔던 너의 회색 가디건. 그것들이 제자리로 바쁘게 돌아갔다. 물건이 없으면 주인 생각도 나지 않을테지, 했다.
아뿔싸. 나는 왜 다 돌려주었다고 생각했을까? 오늘 문득 떠올려보니 아직 몇 가지가 더 남아있었다. 그 물건들의 맥락을 짚어보다 결국 그 애의 작고 예쁜 마음들이 나를 아프게한다. 우리는 헤어질때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을 주고 받았다. 정말 그랬다. 맞지 않는 것은 맞지 않는 것일뿐이다.
그런데 미처 돌려주지 못한 사소한 물건들을 보고 있자니, '왜 너는 내 식대로 나를 좋아해주지 않느냐!'라고 줄곧 몰아세운 내가 몹시 아프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불평했지만, 정말로 넌 열심이었구나. 사랑이고 이별이고를 다 떠나서, 내가 누군가를 이렇게 아프게해도 되는걸까? 정말로 나의 잘못이 아니라면, 내가 이토록 아프고 쓰리지는 않을텐데. 왜 모든 사랑은 이별 후에야 겨우 제자리를 찾는걸까. 내가 누군가의 마음을 그렇게나 헤집어놓았다는 사실이 아프다.
이래놓고 나는 또 누군가를 사랑하겠지. 내 방식, 내 크기대로 사랑해달라고 투덜거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