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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컴퓨터학원

우주둥이 2017. 5. 19. 00:14

해먹에 매달려 있는데, 문득 차창 밖으로 바라보았던 엄마 등이 둥실 떠오른다. 나 볼새라 눈물을 훔치며 재빨리 걸음을 옮기던 엄마 뒷모습을 보면서, 기차에서 정말로 많이 울었다. 휴지도 손수건도 눈물을 닦을만한 무엇도 없어서 입은 옷이 다 젖었었다.

이 무슨 서글픈 어버이날이었나. 부모님께 따순 밥 한끼 사드리지 못하고 서울로 바삐 돌아왔다. 엄마는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연거푸 했고, 나는 엄마에게 못내 미안하지만 내가 돌아갈 곳이 있어 정말로 다행하다는 생각을 수백번도 더했다. 오랜 시간동안 켜켜이 쌓인 슬픔들이 마침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찢어져 버리는 것처럼, 엄마도 나도 그렇게 견디고 견디다 찢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닳고 닳아 투명해지다 끝내는 부욱하고 찢어지는 천조각처럼.

서울로 돌아와서 나를 좋아하는 남자애를 만났다. 나의 슬픈 얼굴을 보고 무슨 말로라도 위로를 해주고 싶었던지, 아빠가 바람을 피웠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아 그래 그랬구나. 나는 차라리 우리 아빠가 바람을 피웠다면 편할 뻔 했어, 라는 철없는 생각을 속으로만 했다.

엄마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 몇해 전이었나. 엄마가 당신이 치매보험에 가입했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나서 얼마 뒤에 다시 진지하게 처음하는 얘기처럼 보험 얘기를 또 했다. 나는 웃으면서, 벌써 보험금 탈 준비하는 거냐고 했다.

어버이날 하루 전, 엄마와 낯선 모텔방 바닥에 누워서 멀뚱멀뚱 울었다. 엄마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나는 눈물을 참아내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그만 더 크게 울었다. 엄마는 내가 훗날, 오늘을 떠올리면서 얼마나 아파하겠느냐고 이야기하며 울었다.

오늘 난 엄마의 치매보험을 생각한다. 그래서는 안되지만, 엄마는 슬픈 기억이 너무 많으므로 좀 잊어버려도 될텐데. 해먹에 매달려있는데 문득 열살 무렵에 남동생과 함께 다녔던 동네의 신진컴퓨터학원이 생각났다. 나의 엄마는 좋은 엄마다. 자기 옷 한벌 못 사고 나를 피아노학원도, 컴퓨터학원도 보내 줬으니까.

당신은 좋은 엄마니까 이제 그만 아프고 슬펐으면 좋겠다. 어휴. 어버이날이 열흘이나 지났는데, 나는 어쩌자고 아직도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