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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람

우주둥이 2016. 12. 15. 19:31
내 안에는 작은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너무나 작은 사람입니다. 그는 나의 여리고 보드라운 부분들로만 만들어진 사람이라서, 한자락 작은 바람에도 휘 날아갈 것처럼 비틀거리고 어깨에 떨어지는 빗방울에도 천둥소리를 들은양 화들짝 놀라곤 합니다.

나는 이 사람이 싫었습니다. 너무나 작아서 평소에는 존재를 잊을만큼인데, 그래도 줄곧 내 안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발바닥에 박힌 가시나 눈에 들어간 먼지처럼, 나를 교묘하게 아프고 신경쓰이게 합니다. 이 사람이 내 안에 없으면 좋을 것 같아 한동안은 무시를 하고 지내보았습니다. 그래도 꿋꿋이 내안에 머무르기에, 소심하고 여린 성격이 맘에 들지않아 자주 윽박지르고 다그쳤습니다. 가끔 때리기도 했습니다. 여린 그가 좀 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그는 더욱 작고 움츠러들 뿐이었습니다.

나는 작은 사람에게 오늘도 문득 소리를 질렀습니다. 실컷 구박을 했습니다. 이제는 그러지 않기로 조용히 결심했는데. 작은 사람은 마음이 아파 엉엉 울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이 참으로 안 좋습니다.

내 안에는 작은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너무나 작아서 아무의 눈에도 보이지 않고, 겨우 나의 눈에만 보이는 사람입니다. 나는 오늘 이 사람을 데리고 집으로 갑니다.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하겠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