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머리

크리스마스

우주둥이 2016. 12. 13. 17:16




나는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는 것 같다. 콕 집어 크리스마스를 좋아한다기 보다는, 크리스마스를 둘러싸고 있는 분위기나 낱말 자체에서 풍기는 내음을 좋아하는 것 같다. 특별히 크리스마스를 신나게 보낸 기억도,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주 어렸을 때 한번은 집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한 적이 있다. 트리에 장식품을 달면서 너무 좋았다. 맨날맨날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잠을 깼으면서도 차마 눈을 뜨지 못하고 손을 뻗어 머리맡을 더듬거렸을 때 바스락거리던 포장지의 감촉이 손끝에 아직 선연하다. 장난감 트럭을 받고 무척 좋아하던 동생의 빛나던 얼굴도 그대로 내 안에 남아있다. 


성당을 열심히 다녔을 때는 으레 성당 사람들과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마니또 같은 소소한 일들을 벌이면서. 수능이 끝나고는 우리집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셨던 것도 같고, 대학에 입학하면서는 크리스마스와 멀어졌다. 크리스마스 때마다 한국에 잘 없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를 그렇게나 좋아하면서도 별로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가 없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는 어느 시골로 놀러갔다. 쪼그만 5일장이 열려있는 그런 시골이었다. 재미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었다. 


올해도 여전히 나는 달뜬 표정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에 뭐해요?' 라고 물어보고 다닌다. 그런 나를 보고 '크리스마스 때 밖에 나가면 얼마나 고생인데! 그냥 집에 있는게 최고야!' 라고 혀를 끌끌차는 이도 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인데. 특별하게 보내진 못해도 특별한 계획은 있었으면 좋겠는데. 


1+2+2=5 . 나는 그냥 크리스마스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