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날씨
빈속에 밥
우주둥이
2016. 3. 10. 19:51
3차원 원기둥이 장렬하게 바닥만 남긴 2차원이 되었을 때쯤 집앞에 도착했는데, 나는 우와! 소리를 질렀다. 귀퉁이만 길다랗게 남은 달이 내셔널지오그래피 싸다구를 후려갈길만큼 멋지게 걸려있었다. 국산의 힘! 미제만 예쁜게 아니었어. 나는 놀란 마음에 집으로 달려들어가 몇년동안 박아두고 한번도 안꺼내본 구형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밤이 되어 쌀쌀했는데 티셔츠만 덜렁 입은, 어쩌면 입가에 빵가루 범벅일 여자가 카메라를 메고 쫓아나오다니 이쯤되면 건물앞에 송중기는 있어줘야 하는데. 나의 득달같은 모습을 보고 건물 입구의 꼬마 하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갑자기 달에 대고 휘파람을 불었다. 멋있는 척 하고 싶었나. 추워죽겠는데 덜덜 떨다가 저거 하나 찍고 꼬맹이가 사라지길 기다려 다시 쏙 들어왔다. 아, 정말 멋진 달이 걸려있는데.
남자한테 참 좋은데 설명할 방법이 없네~ 어느 대표님의 히트친 토로처럼, 기깔나게 아름다운데 담을 방법이 없다. 밥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