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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30일 : 살생
우주둥이
2016. 1. 30. 12:31
생선을 입에 안대는데, 요즘따라 임산부 마냥 평소 먹지도 않던 음식을 기웃거리게 된다. 그 중 하나가 생선. 가끔, 그러니까 일년에 끽해야 두어번 정도 회가 동하는 적이 있어 그때마다 생선을 사보곤 했는데 결정적으로 사놓고 먹은적이 없다가 반년후 냉장고 정리하며 와락 버리는 식. 사놓고 어찌 먹을 줄도 모르면서 이번엔 꽁치 대여섯 마리를 샀다. 비닐팩에 피가 고인 꽁치 대가리를 보며 금세 후회했지만. 아, 통조림을 살 것을.
무참한 꽁치를 냉동실에 처박아 두기를 일주일인가 이주일. 냉동실 문을 오랜만에 열었는데 냉동이 잘 안되고 있다는 사실 발견. 주말 아침, 꽁치들을 꺼내어 손질이라도 해봐야겠다 싶어 일단 도마위에 올렸는데 온몸에 무섬증이 인다. 몸이 와들와들 떨린다. 역시 난 생선 공포증이 있었던게야.
일단 가위로 머리를 잘랐는데 몸의 떨림이 점점 심해져서 어쩔줄 모르게 되었다. 내장은 어떻게 빼야하나 싶어 무참히 떨리는 손으로 배를 갈랐는데, 서툰 손길에 내장과 살이 뒤죽박죽되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고 덮어 버렸다. 차라리 바깥을 기웃거리는 고양이에게 주었더라면. 대여섯 마리를 죄다 그런식으로 처리하다 낭패를 보았다.
꽁치 눈이 벌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