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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8년 2월 9일 : 어젯밤, 그리고 오늘 아침의 이야기

어젯밤, 집으로 가는 길에 손에 꽃다발을 안은 늙은 여자와 그녀의 아들로 보이는 남자가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지하철역 입구 앞에서 산 꽃다발을 엄마에게 안겨준 모양. 워낙에 꽃을 좋아해서인지, 아니면 회색 풍경 속에 화사하게 피어난 색감에 단연 시선을 빼앗기기 마련인지 (아마도 후자!) 꽃을 품에 안은 사람들이 유난히 눈에 잘 띤다. 꽃보다는 꽃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아름다워한다. 출근길 아침, 붐비는 버스정류장에서 누군가에게 전해줄 꽃다발이 구겨질까 조심스레 안은 남자라던지, 퇴근길 버스 안에서 하얀 종이가방에 가득 담은 꽃다발이 쓰러질까 몇 번이나 조심스레 바로 세우던 남자의 손길 같은 것. 아름다운 것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모두 아름다워서 마음에 오래 기억하게 된다.

 

*

 

늘 영하 언저리를 맴돌던 기온이 드디어 영상으로 뛰었다. 아직도 한강은 꽝꽝 얼어있는데 마음은 벌써 봄이 온 양 슬그머니 즐겁구나. 나의 출근길은 늘 영동대교와 함께 하는데, 창 밖으로 보이던 꽁꽁 언 한강의 귀퉁이가 슬며시 녹아있는 것을 보았다. 녹아있는 물에 새 몇 마리가 옹기종기 앉아있다. 녀석들, 어떻게든 어디에서 추운 겨울을 나고 이렇게 봄을 맞을 준비를 하는구나. 반갑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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