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아침 읽은 책에서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가 말했다. '사랑의 상태에서는 계란 후라이가 잘 됩니다' 라고.
나는 연희동에 5년째 살고 있다. 연희동에 산다고 하면 다들 '오 비싼 동네~, 부자 동네' 라고 한다. 처음에 연희동에 살게 된 이유는, 다른 글에서도 몇 차례 언급한 적이 있지만 동네 이름이 예뻐서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동네는 자음과 자음이 서걱서걱 부딪치는, 발음할 때 마다 입천장에 혀가 바싹 붙었다 떨어져야 하는 단단한 동네다. 이름 따라 가는 건지는 몰라도 동네에 정 둘만한 구석이 없었다. 그나마 만족스러운 것은 내가 열네살 무렵에 부모님이 구입한 '옆집'이 예쁘다는 것. 천장이 높고 거실에 미닫이 문이 있는 예쁜 집이다. 집 꾸미는데에 재주도, 취미도 없는 우리 가족이 예쁜 집을 뭉개고 있지만.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통탄한다!)
흔히 말하는 금수저 딸내미도 아니면서, 고향보다 집세가 두 배 이상이나 비싼 서울에 왔으면서도 으레 집값이 싼 동네를 찾는대신 발음이 동그란 이쁜 이름을 찾아 헤맸다는 사실을 보면 참으로 철없는 아가씨구나 싶다. 그래도 처음에 연희동에 집을 구하러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을 때 예뻤다. 예쁘다는 생각이 단박에 들었다.
연희동은 가운데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취생들이 득실한 자취촌과 부내가 풀풀 풍기는 단독주택 촌으로 나뉜다. 처음에 이 동네 집을 알아볼 때 부동산 아줌마에게 '건너편 집은 얼마예요?' 했더니, 나를 흘끗보면서 '아가씨 1억 있어?' 라고 물어봤다. 1억 없으면 물어보지도 못하나요? 쳇. 아무튼 그때 발동한 나의 오기는 '건너편 단독주택 촌 입성' 이었는데, 자취촌의 집값도 다른 동네에 비하면 1.5배 ~ 2배 가량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동네에 눌러붙어 있는 이유는 이제는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
아까 인터넷으로 집을 알아보는데, 매달 따박따박 나가는 월세에서 불과 5만원만 더 보태면 근사한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좀 더 싼 집을 찾아보려고 기웃거린 것인데 어째서 더 비싼 집 앞에서 침을 뚝뚝 흘리고 있는 것인가. 문까지 새로 그레이로 칠했다는 사실 앞에 나는 무릎을 꿇었다. 내가 좋아하는 회색. 으아아아아. 햇살이 뚝뚝 들어오는 넓은 창과 숲내음이 그득한 아름다운 정원이라니. 그러나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싶을 정도로 월세 날은 빨리 돌아온단 말이지.
문득 통장잔고를 뒤적뒤적해봤더니, 내가 생각한 금액보다 쑥 줄어있어서 또 한번 뜨끔했다. 뭘 믿고 일을 그만두려고 한거지? 싶은 두려움이 스멀스멀 고개를 든다. 지금 당장 이력서를 열심히 써서 돌려야할 급한 시국같은데. 망설임에 망설임을 더하면서도 나는 집주인에게 집을 보러가겠다는 문자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속내를 다 드러내고 말았다. '집이 너어무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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