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흐린 눈으로 버스 전광판을 바라보는데 '내일 날씨 : 눈' 이라는 일기예보에 눈이 맑게 뜨인다. 대설. 그러니까 '눈이 많이 오는 날'이라고 쓰여진 날짜에 정해진 약속처럼 눈이 내리기로 한다는 건, 어쩐지 좀 많이 아름답다. 아주 먼 옛날부터 하늘의 해와 달과 별을 바라보던 누군가가, 이때쯤엔 눈이 오겠구나. 이때쯤엔 꽃이 활짝 피겠구나. 하고 정해두었다는 것이. 그리고 그 날짜에 맞추어 약속을 지켜내는 해와 달과 별이 있다는 사실이.
계절의 마음에 대해 생각하는 아침. 내일은 눈을 후후 불면서 걸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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