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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6년 5월 8일 : 어버이날

* 어버이날. 엄마가 축하한다는 말을 해달래서 둘이서 아침부터 거실에서 마주보고 개다리춤을 추었다.

어.버.이.날.축.하.합.니.다.너.와.나.의.연.결.고.리.소.리.질.러!

 

 

 

* 어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모시고 온천에 다녀왔다. 어버이날 행사의 일환. 온다던 소리 없던 서울사는 손녀딸이 이른아침, 온천행 자동차에 얼굴을 빼꼼, 내미니 깜짝 놀라며 반기셨다. 특히 외할아버지가 좋아하셨던 것 같다.

 

'지혀이, 서울 사니 어떻노'

'사람사는데다 다 거서 겁니다'

'애인은 있나?'

'없습니다'

'애인없이 어떻게 사노?'

 

두살 터울의 외사촌동생이 결혼을 하게 되니, 자연스레 그 화살의 끄트머리 정도는 나에게 돌아올 줄 알았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애인없이 어떻게 사노?' 라는 정말로 심각하고 진지한 물음은 '아니, 애인이 없으면 숨쉴 수 없는건가?' 라는 자문하게 했달까. 

 

 

 

* 어제 할머니는, 정말로 이런말하면 죄송하고 또 죄송하지만 밉진화상의 3종 콜라보였다. 할머니는 늘 매사에 좀 투덜거림이 심하고 신경질적인데, 어제는 유독 그 끝판을 본 것 같다. 하나하나 짜증내고 신경질을 내는 통에 나는 내 안의 보살(세포가 있다면!) 들을 다 꺼내고 풀가동 시켜서 보살심을 유지하려 무진 애를 썼다. 일부러 모시고 간 유명 냉면집에서는 할머니의 짜증이 극에 달해 "안 먹는다!" 를 외치며 주문한 음식을 밀어버리셨달까. 냉면 좋다고 하셔서 냉면집 모시고 갔는데, 냉면집에서 차가운거 싫다고 그러시면... 그래서 또 따뜻한 만두국 시켜드렸는데, 5시간 전에 마신 감주때문에 속이 안 좋다고 하시면... 그러면서 나중에 집에 가서 냉면 시켜드셨다고 하니 그 뒤틀린 비위를 이제는 맞춰 드릴수가 없다. 근데 또 냉면 맵다고 짜증을 내셨단다. 엄마도 어제 할머니 비위를 맞추고 또 맞추느라 힘이 들었는지 집에 와서 누워버렸다. 

 

나는 오늘 아침에 엄마가 나에게 사소한 걸로 짜증을 부리기에 

"늙어서 할머니처럼 되고 싶은거냐??" 라고 말했다가 날아오는 발에 허벅지를 차였다. 정말 싫었나보다. 

엄마가 말했다. '늙어서 내가 할머니처럼 굴면 갖다버리라' 고. 설마요. 어머니. 

 

 

 

* 어제 온천가서 전자저울에 몸무게를 달아보고 생각보다 많이 나가서 충격에 빠졌는데, 그 충격을 안고 더 많이 먹기 시작했다. 신혼부부 집에 놀러가 팥빙수를 먹은 것을 시작으로 치킨도 시켜먹고, 그 집 냉장고에 내 취향저격한 남편님 아이스크림 컬렉션 뺏어먹고, 자정 넘어서 팝콘이랑 바나나 펀치 먹고. 오늘 아침부터 일어나 또 떡볶이를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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