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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6년 2월 11일


집에만 오면 무슨 잠을 그리도 자는걸까. 본디 그리 잠이 많은 편이 아닌데 집에만 내려오면 한달내내 철야한 가장마냥 잠에 빠져 허우적댄다. 곳에 따라 잠의 속성도 달라지는 것인지, 그렇다면 집에서 자는 잠의 속성은 아교처럼 찐득찐득 끈적끈적한데다가 더럽게 질길테지. 어제는 밖에 잠시 다녀와 - 이것도 겨우겨우 다녀왔다 - 저녁 7시부터 혼곤한 잠에 빠졌는데 화장도 못 지우고 아침에 눈을 떴더니 여덟시였나. 무슨 잠을 이토록 잔단 말인가. 연휴내내 정신없이 잠에 빠져있는 나를 보고 '객지 생활이 저리 힘든데 왜 자꾸 쟈는 밖으로 돌까' 라는 어머니의 중얼거림이 멀리서 들린다.

어제 예약한 표도 취소하고 오늘 아침 예매한 표도 또 취소했다. TV앞에 꾹 눌러앉아 별다른 재미도 없는 복면가왕을 봤다. 도무지 바깥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집 안에만 있으면 유독 까무룩한 기분이 드는 나는, 이 시간이 며칠씩 지속되면 바깥으로 나가는 것에 대해 자그마한 공포심조차 느끼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으악 어디갔어! 내 미모!"
며칠간 양껏먹어 두툼해진 얼굴과 뱃살을 들여다보고 괴로워하다 겨우 떨치고 떨쳐 일어나 역으로 왔다. 승강장에서 기차를 기다리는데 뒷자리에서 줄곧 칸쵸를 딱 하나만 먹겠다고 칭얼대던 꼬맹이가 내 앞으로 쪼르르 달려와서 내 허벅지를 꾹 짚으며 "엄마 안아죠!"란다. 내 얼굴을 빤히 보면서 안아달라기에 내가 더 놀랐다.


지금타고있는 열차의 최종 목적지는 인천 공항. 아, 끝까지가서 비행기 타고 어딘가 씌융 날아가고 싶다. 평생 여행만 다니는 삶도 나한텐 꽤 근사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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