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고많았네. 홍콩왕자여!
대만에 잠깐 다녀왔습니다. 다녀온지도 벌써 한달이 다 되어가는데, 너무 게으른 나머지 찍어둔 사진들도 며칠전에야 겨우 컴퓨터로 옮기고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2014년과 2015년의 경계에 밖으로 다녀왔어요. 새해는 꼭 떠들썩하게 보내고 싶어하는 성격이라서 뭐라도 하고 싶었는데, 마침 어느 도시로 가는 비행기 표가 꽤 싸더라고요. 일단 무턱대고 끊었는데 거기가 알고보니 대만이었나봉가. 2014년의 시작은 그 서울에서 종도 치고, 사람들 버글버글하는데 있잖아요. 거기서 꽤 힘들게 치이다가 집으로 오는 지하철도 힘들게 탄 기억이 아직도 나네요. 그리고 그 날 남자친구랑 헤어졌어요. 뭐라 그래야되나.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 친구랑 나랑 인파 속에 갈라져서 지하철을 따로 따로 탈 수 밖에 없었는데, 뭐든 사람이 갖다붙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잖아요. 뭔가 새해 첫날부터 각기 다른 운명의(?) 철도를 타게 된 것이 우리 인연 같은거야. 아 여기서 끝을 내야겠구나. 그 친구한테도 나에게도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
그리고 조금은 웃긴게 그 친구랑 헤어지고, 좀 이상하고 우습게 연애를 잠깐 했었고 역시 좀 이상하고 우습게 헤어졌는데, 헤어지고 난 직후에 혼자 락페스티벌을 갔거든요. 헤어진 다음날이었나 어쨌나. 그런데 거기서 그 친구를 만난거예요. 와 그렇게 사람 많은데서. 웃기지. 근데 헤어지고 나서 보니 참 반갑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같은 느낌이 확 들면서, 아 역시 우리는 연인은 아니었구나, 이렇게 만나니까 훨씬 더 담백하고 좋네. 이런 생각이 드는거지.
갑자기 지난 연애를 왜 푸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대만이란 도시 생각보다 좋던데요. 중국에서 유학을 몇 번 하기도 했었고, 그동안 거의 안가본 도시가 없기도 해서 중화권 국가에 대해서는 크게 흥미가 없었거든요.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 정도에 해당하는 대만의 '카오슝'이란 도시에 갔는데, 우연과 인연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지냈을까 싶을 정도로 감사하고 근사한 시간을 보내다 왔습니다.
원체 게을러서 지도 한 장 안 들고 가는 편이거든요. 영국 갈 때도 그랬고, 뭐 이번 여행도 정말로 꽤 오랜만에 하는 여행인데도. 오죽하면 대만 숙소에서 사귄 (사진 속의) 홍콩 친구가 '너는 근본적으로 아무 목표가 없는 사람' 이라며, 저를 한 문장으로 정의를 해주더라니까요.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떠냐. 대만에서 차도 얻어타고, 스쿠터는 거의 반나절 동안 얻어타면서 밥도 얻어먹고 해변가를 쌩쌩 달렸네요. 꽤 신나던데. 대만까지가서 왜 이케아를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케아랑 까르푸에서 거의 하루를 다 보내기도 하고요. 하하하. 좀 바보같은가.
그래도 여행에서 제일 좋았던 순간은, 샤워를 하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샤워를 할 때 밖에서 두런두런 들리는 사람들의 웃음 섞인 목소리들이 좋았거든요. 혼자 너무 오래 살아서 그런가?